프랑스 샹파뉴 폴 당장 에 피스 뀌베 ’47 브뤼 Paul Dangin & Fils Cuvée ’47 Brut NV 와인 리뷰. 갈변한 사과와 찐 고구마, 요구르트 향, 자몽 껍질 등의 노트. 부드럽고 촘촘한 버블감 사이로 귤과 한라봉 속살 질감이 혀에 끈끈하게 감김. 논빈티지(NV)샴페인임에도 마치 오래 숙성한 듯한 녹진함과 안정감.
슈니첼 Schnitzel 을 포함한 페어링과 샹파뉴 포도밭의 25%를 차지하는 코트 데 바 Côte des Bar, 솔레라 Solera에서 유래한 퍼페추얼 리저브 Perpetual Reserve 양조 정보.
테이스팅 노트
졸인 사과와 찐 고구마가 연상되는 신선하고 달큰한 향. 요구르트 뉘앙스도 느껴짐. 논빈티지(NV)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녹진한 향이 올라옴.

스월링 Swirling 할 때는 언뜻언뜻 자몽 껍질도 스침.
부드럽고 촘촘하면서 미세한 버블감. 푹 익은 귤과 한라봉 속살 뉘앙스와 함께 질감은 끈적하다고 느껴질 만큼 입 안을 채움.
마치 오랫동안 숙성한 것처럼 안정감 있고 녹진함.
실제 구입 가격은 10만원 내외. 그런데 20만원 이상 밀레짐 Millésime 샴페인에서 느껴볼 만한 숙성미가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퍼페추얼 리저브 Perpetual Reserve(프랑스어 정식 명칭은 ‘레제르브 페르페튀엘 Réserve perpétuelle’) 방식으로 만들어진 와인이기 때문.
큰 탱크 하나에 리저브 와인을 담아두고 해마다 20~50% 정도를 덜어내 병입한 뒤 그만큼을 그해 수확한 새 와인으로 채워 넣는데 매년 조금씩 섞이며 여러 빈티지가 쌓인다는 점은 솔레라 Solera 방식과 닮음. 그래서 오랫동안 숙성된 샴페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갈변한 사과나 꿀, 브리오슈 같은 숙성 풍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 퍼페추얼과 관련한 구체적인 양조 방식은 게시글 하단 참고.)
합리적인 값에 잘 숙성된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s 샴페인을 경험하고 싶은 경우 추천할 만함.

푸드 페어링
슈니첼 Schnitzel과 함께 곁들임. 샴페인의 신선한 산도가 고기와 튀김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면서도 녹진한 무게감이 고기의 질감, 튀김과도 상당히 잘 어울림.
특히 이날은 이보다 산도가 높으면서도 시트러스 과실미와 산뜻한 버블의 샴페인과 어떤 게 더 잘 어울릴까 비교하면서 마셨음. 와인뿐 아니라 육질이나 튀김 온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겠지만 의외로 묵직하고 녹진한 이 샴페인이 더 잘 어울린다고 느꼈음.
버터에 구운 관자, 굴과 같은 해산물뿐 아니라 콩테 치즈, 신선한 레지아노 치즈도 아주 잘 어울릴 만함.
간단히 곁들인다면 포테이토 칩이나 프렌치 프라이도 좋을 듯.

샹파뉴 포도밭의 25% | 코트 데 바 Côte des Bar
코트 데 바 Côte des Bar는 프랑스 샹파뉴 Champagne 중심지 에페르네 Épernay에서 남동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오브 Aube 주에 자리한 산지로, 샹파뉴 전체 포도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함.
그 안의 셀르 쉬르 우르스 Celles-sur-Ource는 바르세코아네 Barséquanais 구역에 속한 코뮌 commune(프랑스의 기초 행정 단위로 우리 마을에 해당)으로, 포도밭 307.8헥타르의 82%에서 피노 누아 Pinot Noir를 재배중.
토양은 이웃한 샤블리 Chablis와 같은 계열인 킴메리지안 이회토 Kimmeridgian marl(석회질과 점토에 굴 껍질 화석이 섞인 층). 석회질은 배수가 잘돼 과습을 막는데, 이 덕에 포도가 천천히 무리 없이 익어 산이 급격히 빠지지 않음. 점토는 낮 동안 머금은 열을 밤에도 뿌리 주변에 남겨 서리 피해를 줄이고 생육기를 늘려줌.
오브 Aube는 샹파뉴 북부보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대륙성 기후. 낮엔 일조가 강해 당분이 충분히 오르고 밤엔 서늘해 산이 급격히 소모되지 않는데, 이러한 기온차가 이 지역 피노 누아를 색이 짙고 타닌이 단단하며 바디가 묵직한 쪽으로 캐릭터를 갖게 만듦. 그래서 대형 샹파뉴 메종 maison(포도를 사들여 자체 스타일로 블렌딩하는 네고시앙 하우스)들이 이 지역 피노누아를 블렌딩용으로 선호하는 편. 다만 대륙성 기후 탓에 샹파뉴 안에서도 늦서리에는 특히 취약한 지역.
오랫동안 코트 데 바는 별도 등급 구분 없이 랭스 Reims와 에페르네 대형 메종에 피노 누아를 공급하는 지역으로 취급 받아왔음. 그러나 최근 재배자들이 직접 양조하고 병입하기 시작하면서 이 곳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들이 재조명 받고 있음.
솔레라 Solera 유래 퍼페추얼 리저브 Perpetual Reserve | 폴 당장 에 피스 Paul Dangin & Fils
폴 당장 가문은 셀르 쉬르 우르스 Celles-sur-Ource에서 대대로 포도를 키운 집안. 12세기 성 베르나르 드 클레르보 Bernard de Clairvaux가 세운 모레 수도원 Abbaye de Mores의 소유지였을 가능성이 큰 이 포도밭을, 20세기 초 요제프 당장 Joseph Dangin이 물려받아 경작함. 1947년 아들 폴 당장 Paul Dangin이 이 포도밭을 물려받아 ‘폴 당장 에 피스 Paul Dangin & Fils’라는 이름의 샴페인 하우스를 세웠고, 지금 마시는 ’47 뀌베의 이름의 유래가 됨.
창업자의 이름과 창립 연도를 그대로 레이블에 새긴 셈이라, 여러 세대를 이어온 가족 하우스의 정체성이 직접 드러나는 병.
현재 포도밭 규모는 50헥타르. 샤르도네 Chardonnay와 피노 누아 Pinot Noir에 더해 상파뉴에서는 희귀한 피노 블랑 Pinot Blanc까지 세 품종을 함께 재배함. 손으로만 수확하고 지속가능 농법 인증인 테라 비티스 Terra Vitis를 받아 밭을 관리함.
’47 뀌베는 논빈티지 라인업 중에서도 퍼페추얼 리저브 Perpetual Reserve 방식(탱크 하나에 리저브 와인을 두고 해마다 일부를 새 와인으로 교체하는 숙성법)으로 양조하는 대표 뀌베. 샹파뉴 업계에서는 프랑스어 레제르브 페르페튀엘 Réserve perpétuelle을 정식 명칭으로 쓰고, 퍼페추얼 리저브는 그 영어 번역 표현.
이 방식은 스페인 헤레스 Jerez의 셰리 숙성법 솔레라 Solera에서 유래함. 원래는 셰리·포트 Port·마데이라 Madeira 같은 강화 와인에 주로 쓰이던 기법인데, 특정 빈티지의 수확량·품질 편차에 기대지 않고, 숙성한 와인이 가진 복합미에 어린 와인의 신선함을 더해가며 스타일을 일관되게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