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토 토마시 그라티시오 아파시오나토 Graticcio Appassionato 2022 와인 리뷰. 오픈 직후엔 생담배, 블랙베리, 검은 장미 향이 올라오고 시간이 지나며 검은 체리, 자두, 다크 초콜릿, 드립 커피 향까지 찬찬히 모습을 드러냄. 입에서는 감초와 표고버섯이 느껴지다가 탄닌은 은근해 한 시간쯤 지나야 옅게 올라옴. 무겁지 않게 적당히 찰랑거리는 발폴리첼라 Valpolicella 스타일 와인.
소불고기나 카라멜라이징한 호두 등 함께 곁들이기 좋은 페어링과 메뉴와 포도 일부만 말리는 세미 아파시멘토 Semi-Appassimento 스타일로 양조한 그라티시오 Graticcio 기법. 발폴리첼라 토양과 기후와 관련된 정보.
테이스팅 노트
오픈 직후엔 생담배
뒤이어 블랙베리와 검은 장미, 신문지, 시원한 타임 향이 같이 느껴짐.

입에 들어갈 때 첫인상은 무척 신선했음. 그런데 입안에선 나무 껍질이 연상되는 감초와 말린 표고버섯 등이 연상됨.
두번째 모금부터는 검은 체리와 석류, 붉은 자두, 빨간 사과 껍질 등의 과실미가 느껴지기 시작. 이어서 검은 자두와 시나몬, 다크 초콜릿 향. 에티오피아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 향의 여운도.
첫 모금엔 탄닌이 거의 안 느껴졌음.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니 옅은 탄닌이 드러나기 시작.
와인이 예상 보단 찰랑찰랑-함.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발폴리첼라 Valpolicella 스타일 와인. 품종에 메를로 Merlot 가 포함되어 있고 양조 방식도 독특해서 리파소 Ripasso 범주에 넣기도, 그렇다고 아마로네 Amarone 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맛과 향의 스타일과 복합미가 발폴리첼라식의 퍼포먼스를 충분히 보여주는 와인. 접근성 좋은 맛과 가격.

푸드 페어링
자두 소스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표고버섯을 추가한 크림 파스타도 좋고. 오히려 단순하게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한 표고버섯 볶음도 좋을 듯.
간장 베이스로 양념한 한식 소불고기, 잡채와 같은 요리도 아주 잘 어울릴 만함.
볶음 피칸이나 카라멜라이징한 호두, 다크 초콜릿도 가볍게 곁들이기 좋음.

발폴리첼라 Valpolicella 아파시멘토 Appassimento | 로마 이전부터 내려온 건조법
베네토 Veneto는 이탈리아 북동부에 자리한 대형 산지로,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와인 생산량 1~2위를 다투는 산지.
토마시 Tommasi 의 와이너리는 그중에서도 베로나 Verona 주 북쪽 구릉지대인 발폴리첼라 Valpolicella. 북서쪽 레시니 Lessini 언덕은 석회암과 이회토(석회질과 점토가 섞인 퇴적 토양) 위주여서 배수가 잘되고 서늘하기에 포도들이 섬세한 산도를 보존하기 좋고, 동남쪽은 화산암 성분이 많아 짙은 과실향과 향신료 뉘앙스를 갖게 하는 특징이 있음. 가르다 호수 Lago di Garda는 여름철 무더위를 눅여주고, 알프스에서 내려오는 밤바람은 기온을 낮춰 낮과 밤의 기온 차를 키움. 이 일교차 덕분에 포도는 산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익을 수 있음.
이 와인의 품종 구성은 코르비나 Corvina 70%, 론디넬라 Rondinella 20%, 메를로 Merlot 10%. 코르비나와 론디넬라는 발폴리첼라에서 오래전부터 재배해 온 토착 품종으로, 두 품종 모두 두꺼운 껍질 덕에 건조 공정을 잘 버텨 이 지역 아파시멘토 Appassimento(포도를 말려 당도와 풍미를 응축시키는 건조 공정) 전통과 함께 자리 잡음. 여기에 국제 품종인 메를로를 소량 블렌딩하는데 메를로가 짙은 색소와 부드러운 탄닌을 지니고 있기에 옅은 색의 코르비나, 론디넬라의 색과 바디감을 강화시키는데 유리함.
레이블엔 표기된 등급은 비노 로쏘 Vino Rosso.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Classico 같은 지정 등급이 아니기에 원산지나 품종,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로컬 품종과 국제 품종을 자유롭게 섞을 수 있음.
포도를 말려 양조하는 이 지역 전통, 아파시멘토 Appassimento 방식은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Etruria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감. 길고 건조한 가을 기후 덕에 수확한 포도를 상하지 않게 오래 말릴 수 있어 이 건조 기법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고 전해짐. 이 전통은 1959년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Amarone della Valpolicella 공식 첫 빈티지로 이어지며 발폴리첼라 지역과 아파시멘토 기법은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림.

포도 말리는 대나무 랙 | 그라티시오 아파시오나토 Graticcio Appassionato
토마시 Tommasi는 원래 발폴리첼라의 밭을 일구던 소작농 집안. 1902년 자코모 토마시 Giacomo Tommasi가 아우구스타 Augusta와 결혼하며 처가가 있는 산 피에트로 인 카리아노 San Pietro in Cariano에 자리를 잡았고, 1920년엔 그 밭의 소유권까지 사들이며 자기 이름을 내건 와이너리를 시작함.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자코모의 아들들이 페데몬테 Pedemonte의 밭을 지킴. 전후엔 세르지오 Sergio, 프랑코 Franco, 에지오 Ezio, 다리오 Dario 네 형제가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밖으로 밭을 넓혀, 화이트 와인으로 이름난 루가나 Lugana, 가르다 호수변의 가벼운 레드 바르돌리노 Bardolino, 화이트 블렌드로 유명한 쿠스토차 Custoza, 가르가네가 Garganega 화이트 산지 소아베 Soave까지 손을 뻗음.
1997년부터는 4대손들이 경영을 이어받아 발폴리첼라 최대 개인 소유 단일 밭인 테누타 프루네아 Tenuta Prunea를 비롯해 콘카 도로 Conca d’Oro, 라 그롤레타 La Groletta 등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움. 지금은 자코모의 증손주 9명이 회사 핵심 직책을 나눠 맡고 있음.
와이너리는 총 242헥타르를 관리하는데 이 중 발폴리첼라 클라시코가 115헥타르로 가장 넓음. 화학 제초제 대신 밭에 풀을 키웠다 베어 유기물로 되돌림. 병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이 자리 잡도록 생물다양성을 살려 농약 사용을 최소화함.
그라티시오 아파시오나토 Graticcio Appassionato는 아마로네 Amarone 처럼 포도 전량을 100일 넘게 말리는 정통 아파시멘토 공정과 차이가 있음.
코르비나, 론디넬라, 메를로 중 일부 포도만 한 달가량 대나무 랙인 그라티시오 Graticcio에 널어 말린 뒤 나머지 신선한 포도와 함께 발효함. 건조 공정을 ‘부분적으로’만 쓰기에 기존 아파시멘토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도 있음.
전통적인 아파시멘토가 아닌 부분 건조를 한다는 점. 그리고 여기에 국제 품종인 메를로를 블렌딩 하여 ‘접근하기 쉬운’ 와인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짐작해 볼 수 있음.
이 와인 이름 그라티시오 Graticcio 자체가 포도를 말리는 그 대나무 랙을 가리키는 현지 방언으로 같은 방식으로 만든 아파시오나토 컬렉션에는 화이트 아도라토 Adorato, 로제 바치오로자 Baciorosa가 있음. 그중 그라티시오 아파시오나토는 레드를 대표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