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 오리건 피노 누아 2020
Erath Oregon Pinot Noir 2020
미국 오리건 Oregon 에라스 오리건 피노 누아 Erath Oregon Pinot Noir 2020 리뷰. 오리건 와인 개척자 에라스 Erath 와이너리가 여러 산지 포도를 블렌딩해 만드는 데일리 피노 누아로, 1969년 던디 힐스 Dundee Hills에 포도나무를 심어 오리건 와인 역사의 첫 장을 연 와이너리의 대표 라벨.
오픈 직후 가죽·나무껍질, 검은 과실향. 초반보단 시간이 지날수록 카라멜 팝콘·철분 뉘앙스, 로즈 허브·머스크·표고버섯 노트까지 찬찬히 모습을 드러냄. 탄닌이 거의 없는 가벼운 바디에 높은 산도가 특징. 너무 차갑지 않게 마시는 게 좋고 1시간 정도 브리딩 하니 한결 안정적.
딸기 생크림 케이크, 애호박전, 새우 만두나 마르게리타 피자를 포함한 페어링 정보와 오리건 Oregon 에라스 Erath 와이너리 테루아·생산자 정보.
테이스팅 노트
오픈 직후 코에서 가죽과 나무껍질, 동시에 과실향도 스치는 데 신선한 인상.
그리고 첫 모금.

음… 뭐라고 써야 할지 좀 애매했음. 노트들이 조금씩 느껴지긴 하는데 전반적으로 채도가 낮고 흐리멍텅한 느낌. 향에 비해 맛의 임팩트가 떨어짐.
신기하리만치 탄닌이 없음. 높은 산도와 가벼운 바디. 와인이 입에 들어오는 순간엔 검은 자두, 그런데 곧바로 익지 않은 자두 껍질이 연상되는 시큼함. 편의점에서 파는 비타민 워터가 연상됨. 코에선 바질 허브 줄기 향.
굳이 장점을 찾자면, 와인이 맑고 입에 걸리는 게 없음. 꿀꺽꿀꺽 넘어감. 이마트에서 4만원대에 구입했는데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은 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아쉽다를 연신 말하면서 마셨음.
오픈하고 1시간.
향이 훨씬 안정감 있음. 카라멜 팝콘 향과 철분 뉘앙스가 올라오기 시작함. 맛도 많이 올라옴. 여전히 싱거운 느낌은 있지만 물 탄 느낌보다는 그냥 맑은 뉘앙스. 기대에 못 미치는 거지 나쁜 와인은 아닌 걸로.
온도 영향도 컸던 와인 — 온도가 낮을 때는 정말 별로였는데, 1시간 지나니 딱 좋음.
오픈하고 2시간. 어린 장미 덩굴 잎에서 느껴질 법한 로즈 허브, 연한 식물 줄기 뉘앙스가 올라옴. 연하고 맑은 과실미와 허브, 가죽 향이 여리여리하게 어우러짐. 옅은 머스크 향과 물 안 묻힌 표고버섯 향도 떠오름. 초반에 비해 확실히 더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더 많음.
페어링에 따라선 나쁘지 않을 수 있으나 와인만 즐기기는 어려울 듯. 전형적으로 구조감이 얕은 와인.

푸드 페어링
첫 모금 순간 떠오른 딸기 생크림 케이크. 산도가 생크림을 깔끔하게 잡아주면서, 와인의 맑은 과실미와 자연스럽게 이어질만함. 가볍게 한두 잔 곁들이기 딱 좋을 듯.
한식으로는 애호박전이 생각났음 — 부드럽고 고소한 질감, 은은한 야채향이 와인의 허브 뉘앙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듯. 새우 만두도 잘 맞을 듯.
마르게리타 피자도 떠올랐는데, 그보다 소스·토핑 맛이 강한 피자보다는 차라리 포카치아가 나을 수 있음.

윌라멧 밸리 Willamette Valley | 서늘한 기후가 만든 오리건 피노 누아의 본고장
오리건 Oregon 주 북서부. 코스트 산맥과 캐스케이드 산맥 사이에 형성된 윌라멧 밸리 Willamette Valley는 오리건 전체 와인 생산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산지.
북태평양 해류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 기후 덕에 여름은 따뜻하되 혹독하지 않고, 일교차가 큰 가을이 긴 성장 시즌 내내 포도를 천천히 고르게 익힘. 강수량은 겨울과 봄에 집중되고 수확기에는 비교적 건조한 환경이 이어져 병해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음.
윌라멧 밸리 구릉 사면을 덮는 대표적 토양은 조리 Jory. 화산성 현무암 기반에서 발달한 붉은 철분 함량의 토양으로, 배수성이 우수하고, 영양분이 적어 포도 수확량이 자연히 제한됨.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피노 누아 특유의 섬세한 과실 향은 보존하면서도 흙내음과 산도를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음.
윌라멧 밸리에는 조리 외에도 빙하기 말 홍수가 퇴적한 해양 침적토, 화산재 기원의 황토 등이 복합적으로 분포해 산지·구획별로 미네랄 풍미가 다르게 나타남.

오리건 피노 누아의 역사는 1960~70년대 초기 와인 메이커들이 열었음. 이 지역의 서늘한 기후가 버건디 Burgundy와 닮았다는 확신 아래 캘리포니아를 떠나 오리건에 피노 누아를 심은 이들이 오리건 와인 산업의 토대를 놓음.
수십 년의 시행착오 끝에 국제 시장이 오리건 피노 누아의 가능성을 인정했고, 지금은 신세계에서 부르고뉴 Burgundy와 가장 가까운 피노 누아를 만드는 산지로 자리잡음.
에라스 오리건 피노 누아 Oregon Pinot Noir 는 윌라멧 밸리를 중심으로 오리건 여러 산지 포도를 블렌딩한 멀티 빈야드 구성.
에라스 와이너리 Erath Winery | 1969년부터 이어진 오리건 피노 누아 개척자
에라스 와이너리 Erath Winery는 오리건 와인 역사의 초창기를 직접 써내려간 개척자 와이너리.
전자공학 전공자인 딕 에라스 Dick Erath 설립자는, 1965년 캘리포니아 자택 차고에서 처음 와인을 빚기 시작. 이후 오리건의 서늘한 기후가 버건디와 닮았다는 확신을 갖고 1968년 오리건으로 이주. 이듬해인 1969년 던디 힐스 Dundee Hills 내 49에이커 부지에 23가지 품종을 심어 실험했고, 그 결과 피노 누아가 압도적으로 우수하다는 결론을 얻음. 1972년 칼버트 눗슨 Calvert Knudsen과 공동으로 눗슨-에라스 와이너리 Knudsen-Erath Winery를 설립해 216케이스의 첫 상업 빈티지를 출시함. 던디 힐스 최초의 상업 와인으로 기록됐음. 1988년 눗슨의 지분을 인수해 에라스 와이너리 Erath Winery로 이름을 단독 표기로 바꿨음.
딕 에라스는 와이너리 운영과 별개로 오리건 와인 협회 설립, 던디 힐스 AVA 공식 지정 등 오리건 와인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도 힘을 기울였으며 2023년 3월 87세로 타계함.
이후 2006년 워싱턴 주 기반의 대형 와인 그룹 스테 미셸 와인 이스테이츠 Ste. Michelle Wine Estates가 에라스를 인수함. 인수 후에도 양조팀의 창작 자율성을 그대로 보장했고, 에라스는 대규모 유통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북미·유럽 시장에서 오리건 피노 누아를 대표하는 레이블로 성장.
에라스 Oregon Pinot Noir는 윌라멧 밸리를 포함한 오리건 전역 포도를 블렌딩한 멀티 빈야드 구성.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발효로 과실 풍미를 보존하고, 프렌치 오크 배럴과 중립 용기를 혼합해 숙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특정 싱글 빈야드 와인과 달리, 오리건 전역 테루아를 고르게 담는 접근성 높은 데일리 스타일을 지향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