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인헤센, 모리츠 키싱거 Moritz Kissinger가 양조한 눌 옴 바이스 Null Ohm Weiß 2022 와인 리뷰.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이 연상될 만큼 갈변한 사과, 레몬과 오렌지 과육, 청사과 껍질 향을 바탕으로한 신선한 산도와 농밀한 향. 그러면서도 입에선 맑은 복숭아와 달지 않은 배가 연상됨. 간간함이 산미를 받쳐주며 담백한 마무리. 고소한 누룽지와 흰 꽃향이 남는 와인.
오이고추와 백김치, 쑥갓 나물이 떠오르는 페어링, 온난화로 결이 달라지는 라인헤센의 실바너 산지, 켈러가 주목한 신예 모리츠 키싱거의 ‘0 옴’ 철학을 포함한 리뷰.
테이스팅 노트
코에서는 갈변한 사과 향. 뒤이어 말린 바질, 레몬과 오렌지 과육, 청사과 껍질 향이 올라옴. 잔에 따른 직후 향만 맡았을 때는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s 샴페인이 연상되었음.

입에서는 한결 차분하면서도 간간하고 맑은 복숭아 주스. 달지 않은 배와, 파인애플 캔디도 연상됨.
간간한 미네랄리티가 산미를 받쳐주며 신선하면서도 담백한 인상. 목 넘김 후 입안에 고소한 누룽지와 흰 꽃향이 남음.
초반에는 독일 샤르도네 + 바이스부르군더라는 낯선 조합을 기대하게끔 했고, 이후 코에서는 샴페인을 연상시켰는데 입에서는 차분하고 담백한,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준 와인.

푸드 페어링
와인만 마시기에도 좋고 전반적으로 무난한 페어링이 가능한 와인. 메뉴로는 레몬을 곁들인 생굴, 도미 카르파치오. 샴페인을 연상시킨 높은 산도와 신선함, 청량감이 해산물의 감칠맛을 끌어올리며 아주 잘 어울릴 만함.
그밖에 청사과와 민트를 올린 리코타 치즈 샐러드, 고수와 민트를 곁들인 월남쌈, 레몬그라스 새우 요리도 떠오르고,
한식으론 백김치와 오이고추, 쑥갓 나물이 시도하고 싶은 조합. 이보다 더 간단하게는 깍둑 썬 고다치즈, 무염버터와 잠봉뵈르가 들어간 샌드위치도 좋을 듯.

독일 최대 와인 산지 라인헤센 Rheinhessen
독일 최대 와인 산지 라인헤센 Rheinhessen의 위엘페어스하임 Uelversheim 마을에서 양조. 완만한 구릉지에 뢰스 loess(바람에 실려 쌓인 고운 황토성 퇴적토), 석회질, 이회토가 뒤섞인 토양이 특징. 전통적으로 리슬링과 실바너 Silvaner 중심 산지였으나, 최근 젊은 세대 생산자들이 품질과 실험 정신을 앞세우며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양조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한 곳.
위엘페어스하임은 1766년 로르쉬 문서 Lorscher Kodex에 처음 이름을 올린 유서 깊은 마을. 뢰스와 모래, 이회토와 석회질이 섞인 토양 위에 아울렌베르크 Aulenberg(뢰스 위주), 타펠슈타인 Tafelstein(라인강변 급사면 석회암) 등의 밭이 자리함. 2024년부터는 인근 니어슈타인 Nierstein과 나켄하임 Nackenheim의 명성 있는 붉은 사암 사면 로터 항 Roter Hang에서도 포도를 경작함.
라벨엔 정식 원산지 등급 대신 라인 란트바인 Rheinischer Landwein 등급이 표기되어 있음. 최하위 등급 타펠바인 Tafelwein보다 한 단계 위인 지역 와인 등급으로 관청 성분 검사 없이도 병입할 수 있는 등급. 품질이 낮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정식 등급 체계 밖에 있는 와인이라는 의미. 자유로운 블렌딩과 실험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생산자들이 정식 등급 대신 이 표기를 자발적으로 택하기도 함.
최근 지구 온난화로 라인헤센의 기온도 뚜렷하게 올라가는 중. 라인헤센은 원래도 ‘독일의 온난건조 섬’으로 불리던 지역이기에 온난화 폭이 한층 두드러지는 편. 이런 흐름 속에서 실바너 Silvaner처럼 껍질이 두꺼운 품종은 오히려 ‘기후변화의 승자’로 꼽힘 – 라인헤센은 독일에서 실바너를 가장 많이 심은 지역. 두꺼운 껍질이 강한 햇볕에 의한 일소 피해를 줄이고 수분 손실도 억제해 고온·가뭄에 더 잘 버티는 덕분에 재배 면적이 느는 중.
4대째 이어온 가족 와이너리 | 바인구트 키싱거 Weingut Kissinger
바인구트 키싱거 Weingut Kissinger는 위엘페어스하임에서 4대째 이어온 가족 와이너리. 증조부 대에 시작해 조부, 아버지 위르겐 Jürgen을 거쳐 현재는 아들 모리츠 키싱거 Moritz Kissinger가 양조를 맡음. 와이너리 정식 상호는 부자가 공동 등록한 바인구트 키싱거 GbR — ‘모리츠 키싱거’는 별도 법인이 아니라 모리츠 개인 브랜드명.
모리츠는 21세에 도제 수업을 시작해 바그너 슈템펠 Wagner-Stempel, 구츨러 Gutzler, 라움란트 Raumland 등 라인헤센의 이름난 와이너리에서 실습을 거치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가이젠하임 와인대학에서 공부.
영국 구스본 에스테이트 Gusbourne Estate, 라인가우 에바 프리케 Eva Fricke, 팔츠 브뤼더 닥터 베커 Brüder Dr. Becker, 뉴질랜드 페가수스 베이 Pegasus Bay 등에서 인턴십을 거치고, 클라우스 페터 켈러 Klaus-Peter Keller의 셀러에서도 수년간 일함. 켈러가 모리츠의 첫 샤르도네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극찬한 일이 알려지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함.
아버지 위르겐 Jürgen이 가업을 이어받은 뒤 축산 등 다른 농업 부문을 정리하고 화이트 와인을 소형 오크통에서 자생 효모로 발효하는 방식으로 전환. 2000년엔 가족과 함께 마을 외곽 신축 건물로 옮겨 새 양조장을 지었고, 2019 빈티지부터 유기농 인증을, 2020 빈티지부터는 데메터 Demeter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라벨에 표기.
눌 옴 바이스 Null Ohm Weiß는 위엘페어스하임산 바이스부르군더와 라인강변 석회질 토양의 샤르도네를 블렌딩한 와인. 자생 효모로 발효한 뒤 225리터와 500리터 오크통에서 약 10개월 앙금 숙성(효모와 접촉한 채 숙성)을 거치며 무여과, 최소 아황산염 첨가로 마무리함.
‘눌 옴'(0 옴)은 전기 저항 단위 옴에서 따온 이름으로, 모리츠 자신이 “미사여구도 잔재주도 없다”고 표현한 것처럼 꾸밈없고 직설적인 스타일을 뜻하는 은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