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팅 노트
코에서는 신문지와 검은 장미. 이후 입안 가득 차는 말린 장미와 검은 베리류의 과실미. 코 끝에 남는 여운이 잉크와 정향, 시나몬이 떠오름.
문자 그대로 ‘부드러운 벨벳’이 연상되는 실키silky한 질감. 분명 탄닌이 있음에도 거칠거나 텁텁하지 않고 매끈하게 혀에 발림. 마지막으론 시나몬 향의 은은한 여운까지.
마치 진-한 포도즙 위에 까만 장미 꽃잎 몇 개와 시나몬 파우더 티 스푼으로 살짝 뿌려 마시는 기분.
파시토 기법을 사용해서 만든 아마로네 특유의 진하고 북합적인 풍미를 즐기면서도, 너무 진하거나 끈적이지 않음. 신선한 산도로 적절한 균형감을 즐기기 좋은 와인.
30분~1시간 정도 비교적 짧은 브리딩 만으로도 본래 모습을 느끼기 부족함 없음.

현장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와인을 서브하며 ‘평소 좋아하는 와인 품종이나 스타일이 있나요?’ 라고 물었을 때 심심치 않게 ‘아마로네Amarone를 좋아한다’는 손님들이 있음.
신기하게도 이들 중 ‘이탈리아 와인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면, 그렇게 답한 사람중 7~80%는 ‘아마로네’를 좋아한다고 답하고(나머지는 바롤로Barolo) 한약(?)이 연상될 만큼 아주 진하고 끈적한, 그러면서도 코 끝에 알코올 도수가 찡-하게 느껴지는 와인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음.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 혹은 어쩔 수 없이 – 와인에 대한 편견·기대감을 가지고 와인을 찾고, 판매자들은 이런 심리를 노리며 마케팅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럼에도 이탈리아 와인 중 아마로네 만큼 억울한 와인이 또 있을까.하여튼 이 와인은 어떻게 보면 충분히 ‘아마로네’스럽지 않음.
검은 과실과 도톰한 질감은 입안 가득 들어찼다가 이내 홍차를 옅게 우려내고 여기에 낙엽과 팔각, 시나몬을 살짝 데쳐난 듯한 복합미, 여운으로 남는 잔잔한 시나몬 향은, 적당히 산뜻하고 적당히 부드러우며 적당히 도톰함.
이 (상대적으로) 맑은 균형감에 놀라고 자연스레 두번째 세번째 잔으로 손이 가는 와인. 아무리 마셔도 물리거나 버겁지 않음.
푸드 페어링
블랙체리 또느 시나몬 글레이즈를 곁들이 오리 닭가슴살. 혹은 팔각과 정향 내음이 그득한 동파육. 로즈마리 향을 입힌 양갈비도 좋을듯.
실제로 이날은 숯불에 구운 닭다리살과 고추 기름+마늘로 만든 소스를 곁들였는데 아주 한입 한입이 감탄의 연속이었음.
양념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다는 전제로, 소갈비찜이나 LA갈비 같은 양념육과도 맛있을 듯.
상세정보
Salvaterra, Villa Fura Amarone della Valpolicella 2019
살바테라, 빌라 퓨라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2019
지역 | Italy 이탈리아 > Veneto 베네토 > Verona 베로나 > Valpolicella 발폴리첼라
생산 | Salvaterra 살바테라 (Brand: Villa Fura 빌라 푸라)
품종 | 60% Corvina 코르비나, 25% Corvinone 코르비노네, 15% Rondinella 론디넬라
도수 | 15%
아마로네 Amarone 생산지 : 발폴리 첼라 Valpolicella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Amarone della Valpolicella : 베네토 Veneto 주 베로나 Verona 북부 발폴리첼라 Valpolicella 지역에서 생산되는 DOCG 와인임. 알프스 전초 산맥의 영향을 받아 일교차가 크며, 석회질과 화산성 토양이 함께 있음.
발폴리첼라에서 생산하는 와인 중 시그니처인 아마로네 Amarone 핵심은 아파시멘토 Appassimento 공법. 수확한 포도를 약 3~4개월 건조시키는 이때 원래 무게의 30~40%달하는 수분이 소실됨. 이렇게 반건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높은 알코올과 농축미가 특징임. (한국에 곶감을 생각하면 좋을 듯.)



생산자 Villa Fura 빌라 푸라 (수입사 표기 : 빌라 퓨라)
빌라 퓨라 Villa Fura는 대량 매입 중심의 네고시앙 Négociant이 아니라, 베네토 Veneto 지역 생산자 살바테라 Salvaterra가 특정 구획의 테루아 Terroir를 강조하기 위해 탄생시킨 프리미엄 프로젝트. 단순 유통 브랜드가 아닌 포도밭 기반의 생산 체계를 지향하는 구조. 전통적 아마로네 Amarone의 무게감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세련미와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성을 추구함. ‘새로운 클래식’을 지향하는 스타일로 포지셔닝된 브랜드.
에스테이트 프로젝트 Estate Project 란 외부 포도를 대량 매입하는 네고시앙 방식과 다른 개념. 자사 소유 혹은 직접 관리하는 포도밭을 기반으로 재배와 양조, 병입을 통합 관리하는 생산 구조를 의미함. 토지와 특정 구획 중심의 생산 체계를 강조하며 와인의 품질은 포도밭에서 결정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음. 단순 상표 중심 브랜드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음.
개인적으론 해당 브랜드 와인 중에 아마로네가 아닌 SALVATERRA, Villa Fura Valpolicella 2021 살바테라 빌라 퓨라 발폴리첼라 2021 를 더 자주, 편안하게 즐겼음. 이탈리아 북부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신선한 산도와 붉은 과실, 어린 장미 꽃 잎 뉘앙스를 잘 살린데다가 가격 접근성 까지 좋아서 아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