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팅 노트
오픈 직후 잔에 따르는 즉시 피어나는 검붉은 자두향. 이어서 팔각과 시나몬 뉘앙스.
입 안에 검붉은 체리와 건포도를 한가득 머금은 듯 한 첫 모금.

산도: ●●●●○
당도: ●○○○○
바디: ●●○○○
탄닌: ●●◐○○
아주 신선하고 마시기 편함.
입에 들어오는 순간에는 검은 흙이 묻은 건포도, 목넘김 이후에는 말린 장미 향이 여운으로 남음. 군더더기 없고 여기서 깔끔하게 마무리.
잘 익은 체리와 붉은 파프리카를 착즙해 만든 쥬스 같기도 한데, 한편으론 검은 과실류의 째미jammy함, 팔각과 시나몬의 스파이시함이 은은하지만 묵직하게 균형을 잡아줌. 마치 카카오 – 체리 초콜릿 같았음.
이마트에서 구입함. 접근성 좋은 맛과 가격대.

상세정보
Cavalieri di Moasca, Barolo 2020
카발리에리 디 모아스카, 바롤로 2020
지역 | Italy 이탈리아 > Piemonte 피에몬테 > Barolo DOCG
생산 | Aldabra S.r.l. 알다브라 S.r.l. (브랜드 : Cavalieri di Moasca 카발리에리 디 모아스카)
품종 | Nebbiolo 네비올로
도수 | 14.5%
생산자
Aldabra S.r.l. 알다브라 S.r.l. 은 이탈리아 상법상 S.r.l. (Società a responsabilità limitata)는 유한회사를 의미함.
해당 이름이 법인명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도멘 Domaine 형태의 포도밭 보유 여부나 전통 가문 생산자라는 공식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음.
카발리에리 디 모아스카 Cavalieri di Moasca 역시 브랜드명으로 추측.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명 뒤에 종종 붙는 S.r.l.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이전 게시글 참고
👉 [용어정리] 이탈리아 와인 S.r.l. 무슨 뜻인가요?
랑게 네비올로 Langhe Nebbiolo vs 바롤로 Barolo 차이
바롤로와 랑게 네비올로는 모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Piemonte 지역에서 네비올로Nebbiolo 포도 품종으로 만드는데, 같은 포도로 만들었음에도 스타일은 꽤 다른편.
쉽게 표현하면 : 바롤로는 오랜 시간 끓인 진한 사골국이나 숙성된 스테이크처럼 묵직하고 복합적인 맛이 나는 편. 반면 랑게 네비올로는 보다 산뜻한 과실향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음. 이런 차이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와인을 만드는 규칙이 다르기 때문.
1. 지리적인 차이
바롤로Barolo 는 피에몬테 안에 있는 아주 작고 유명한 마을 이름. 바롤로 와인 Barolo DOCG 은 오직 이 마을과 그 바로 옆의 몇몇 정해진 구역에서 나온 포도로만 만들어야 함.
Langhe 랑게라는 말은 방언으로 길게 뻗은 언덕들을 뜻하는데 끝없이 이어진 언덕 지대 전체를 랑게라고 부름. 바롤로 Barolo 는 이 넓은 랑게 언덕들 중에서도 아주 특별하고 작은 구역에 있는 특정 마을 이름.
2. 숙성 규정
바롤로는 법적으로 최소 3년 이상 오크 통과 병에서 숙성해야 출시할 수 있음. 긴 숙성 시간을 거치면서 와인은 더 단단해지고(구조감이 생긴다고 표현하는데) 향은 더 복합적으로 발전함. 반면 랑게 네비올로는 이런 엄격한 숙성 의무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상태로(혹은 신선한 상태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음.


“바롤로는 원래 떫다?” 와인 초보자가 이마트 와인에 속는 이유
위 단락에서 거창하게 바롤로와 네비올로 차이를 말한 이유는, 이 와인을 맛 보고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
대형 마트를 위주로 유통되는 바롤로, 특히 10만원 미만대의 접근성 좋은 바롤로는 일단 믿거(믿고 거르는)하는 편. 이유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조적으로 좋은 품질의 바롤로를 만나는 게 어렵기 때문. 바롤로라는 와인 자체가 생산하는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들기에 출고 단가 자체가 높음. 그런데 한국에서 3~5만원에 소매로 판매되는 바롤로? 이게 이탈리아에서 수입되어 한국 이마트까지 배달와서 판매되는 구조를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절대로 좋은 품질의 바롤로일 수 없음.
또한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생산자가 만든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시음 적기(잘 익은)의 와인을 국내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음.(아니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마트에서 판매하는 바롤로 거의 대부분은 이제 막 와이너리에서 출고한, 익지도 않은 와인들. 즉 빈티지가 너무 어려서(숙성 기간이 너무 짧아서) 생산자가 의도 한 바를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 쉽게 말해 와인이 너무 맵거나 너무 텁텁하거나 탄닌이 강하고 산도가 매우 튐.
이게 바로 ‘바롤로가 유명하다는데?’라고 해서 큰 마음 먹고 구입했지만 막상 맛있게 마셔보려고 하면 너무 튀고 떫고 강해서 맛있게 즐기기 어려운 이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바롤로는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야? 라고 생각하면서 알콜 느낌이 강하고 타격감이 있고 터프한 스타일 이탈리아 와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웃프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주변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음.
다시 돌아와서,
이 와인이 꽤나 신선했던 이유는 : 마시기가 너무 편해서. 체리 쥬스를 쭉쭉쭉 들이키는 것과 같을 정도로 과실향과 스파이시함, 여운들이 적절한 균형감을 이루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음.
클래식한 바롤로가 보통 짧아야 1~2시간, 길면 하루 정도 브리딩을 한 뒤에 마시는 거에 비해 – 위에서 살펴본 것 처럼 대부분 너무 어린 바롤로를 억지로 열어서 마셔야 하기 때문에 – 이 와인은 오픈 직후 바로 마셔도 전혀 애매한 게 없었음.
‘바롤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인상.
여기에 가격적인 접근성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 매우 좋음. 이마트에서 3만원대,,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와인을 구매하면서 – 위에서 장황하게 쓴 것과 같은 이유로 – 전혀 기대하지 않았음. 사실, 정말 별로일 거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이유로, 수십만원대의 클래식한 바롤로를 즐기는 누군가에게는 ‘이게 뭐가 바롤로라는거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라는 취급을 받을 수 있겠지만 – 그럴 사람은 애초에 이마트에서 3만원을 주고 이걸 고르지 않았겠지 – 오히려 한결 접근성 좋게, 누구나 쉽게 즐길수 있겠다, 라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솔직한 심정.
수준 높은(?) 와인이라는 게 어차피 사바사고 각자의 씀씀이와 경험에 따라 높다고 느끼는 수준 또한 다를 것이기에 – 어째든 와인, 더 나아가서는 이탈리아 와인 > 바롤로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 시켰다는 점은 충분히 높게 평가할 부분이라고 생각함.